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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 시와 글들.....

봄이되면...

 

 

 

 

 

- 김승희


혼불들이 돌아오고 있다
어느 구천의 깊은 땅속에서......
못다한 뼈 위론 그렇게
신들이 오르고 있다......
은빛의 기포들처럼......

 

거릿귀신 같은 나무들이
아지랭이를 입고 아물거린다......
종이꽃만한 한줌 뼈를 싸들고
어디에선가 돌아오고 있는 사람들의
창궐하는 그림자같이......

 

무거운 향기가 나의 뇌를 꿰뚫고
지나간다......
가면과 해골과 부채와 방울들이
봄바람 속엔
들어있어서.......

 

그렇게 나의 피엔 금이 잔뜩 가서
한자루 뼈끝에 태어나는
꽃이여......꽃이여.......
너를 보는 나의 눈동자 속으론
만경창파 어린넋들만 치렁치렁하구나.......

 


작가약력

1952년 전남 광주출생
서강대학교 영문과 졸업
서강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그림 속의 물>이 당선
첫시집 <태양미사>, 산문집 <고독을 가리키는 시계바늘> ,70년대 작가론집 <영혼의 외로운 소금밭>,
이상평전 <제13의 아해도 위독하오>외

 

 

 

 

- 송수권


언제나 내 꿈꾸는 봄을
서문리 네거리
그 비각거리 한 귀퉁이에서 철판을 두들기는
대장간의 즐거운 망치소리 속에
숨어 있다

 

무싯날에도 마부들이 줄을 이었다
말은 길마 벗고 마부는 굽을 쳐들고
대장간 영감은 말발굽에 편자를 붙여가며
못을 쳐댔다.

 

말은 네 굽 땅에 박고
하늘 높이 갈기를 흔들며 울었다
그 화덕에서 어두운 하늘에 퍼붓던 불꽃
그 시절에 빛났던 우리들의 연애와 추수와 노동

 

지금도 그 골짜기의 깊은 숲
캄캄한 못물 속을 들여다보면
처릉처릉 울릴 듯한
겨울산 뻐꾸기 소리......

 

집집마다 고드름 발은 풀어지고
새로 짓는 낙숫물 소리
산들은 느리게 트림을 하며 깨어나서
봉황산 기슭에 먼저 봄이 왔다.

 


작가약력

1940년 전남 고흥 출생
서라벌예대 문창과 졸업
문학사상 신인상- <산문에 기대어>외 4편
시집 <산문에 기대어>, <꿈꾸는 섬>


 

 

봄 기도

 

- 강 우 식


하찮은 풀잎이라도 새싹들은
지뢰 밟듯 조심스럽다
담장 포도나무들은
차 스푼보다 작은 송이 속에
좁쌀알만한 꿈들을 달고
바람 속에, 햇볕 속에 녹아 있고
사과나무는 하얗게 꽃 피어
벌들의 날개 짓에도 얼굴 붉혀라.

 

꿈 속에 꿈꾸던 내 사람아
이제는 혼수의, 인사불성의 긴 잠에서
죽이는 꽃들의 빛깔로, 향기로, 하늘거림으로
아픈 데서부터 깨어나
한 치 밖에 있는 봄 구경을 제발 좀 하여라.
단 하루만이라도 봄빛으로 눈 떠 보아라.
하늘빛이 시리도록 맑고 흰 눈동자를......
펑, 펑, 펑 꽃 터지듯 떠 보아라.

 


작가약력

1965년, 196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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