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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조은시와글

봄의 산에 관한 시 5편

 

 

산 너머 남촌에는(김동환)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25355

 

해마다 봄바람이 남(南)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너른 벌엔 호랑나비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제 나는 좋데나.


 3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재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었다 이어오는 가는 노래는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조선문단} 18호, 1927.1)


주제 : 남촌에 대한 동경

 

 

산(김광섭)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 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댔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틀만 남겨 놓고 먼 산 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둥이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 속에서도
흙 한줌 돌 한 개 들성거리지 않는다
새나 벌레나 짐승들이 놀랄까봐
지구처럼 부동의 자세로 떠간다
그럴 때면 새나 짐승들은
기분 좋게 엎대서
사람처럼 날아가는 꿈을 꾼다

산이 날 것을 미리 알고 사람들이 달아나면
언제나 사람보다 앞서 가다가도
고달프면 쉬란 듯이 정답게 서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 같이 간다

산은 양지바른 쪽에 사람을 묻고
높은 꼭대기에 신을 뫼신다

산은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서
기슭을 끌고 마을에 들어오다가도
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

달팽이처럼 대가리를 들과 슬슬 기어서
도로 험한 봉우리로 올라간다

산은 나무를 기르는 법으로
벼랑에 오르지 못하는 법으로
사람을 다스린다

산은 울적하면 솟아서 봉우리가 되고
물소리를 듣고 싶으면 내려와 깊은 계곡이 된다

산은 한번 신경질을 되게 내야만
고산도 되고 명산이 된다

산은 언제나 기슭에 봄이 먼저 오지만
조금만 올라가면 여름이 머물고 있어서
한 기슭인데 두 계절을
사이좋게 지니고 산다 - 창작과비평(1968. 5.) 

주제 사람과 자연의 일체감

 

산유화(山有花)(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진달래꽃(1924) 

주제 인생과 자연의 근원적 고독

 

 

산에 언덕에(신동엽)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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