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봄 잔치가 따로 있나. 조물조물 무친 나물 수북이 담고 사람 수대로 밥 푸고 숟가락만 하나씩 더 얹어내면 그게 바로 잔치 음식이지. 적어도 구례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노나 먹는’ 인심이 통한다. 집집마다 식구라곤 자식들 객지 보낸 할머니, 할아버지가 전부니 ‘나 하나 먹자고 상을 차리나’ 싶어 오늘은 이 집, 내일은 저 집 그도 아니면 마을회관에 둘러앉아 한 상 차려 함께 먹는다. 마당이든 밭이든 지천에 널린 게 봄나물이요 쌈이니 흙만 탈탈 털어 상 위에 올리기만 하면 언제든지 뚝딱 한 상이 차려진다. 전라도 어느 음식점을 들어가든 상다리가 휘어지게 반찬이 나오는 이유 역시 기름진 호남 평야, 곳곳에 펼쳐진 청정 해역이라는 부식 창고가 있기 때문. 고소한 참기름에 버무린 향긋한 봄나물 향이 돌담을 넘어가니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하나 둘씩 마을 사람들이 대문을 넘어온다. 손님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인도 아니지만 제집 부엌 드나들 듯 아무렇지 않게 칼이며 그릇을 집어들고 나와 거들기 시작한다. “으미~이 더덕알 굵직한 거 함 보시요잉~. 징하게 잘생긴 놈이구먼.” 걸쭉한 입담만큼이나 감칠맛 나는 양념으로 하나 둘 버무려진 봄나물들이 평상 가득 차려진다.
용전리 방진숙 할머니의 봄맞이 올해 84세인 방진숙 할머니는 너무나 정정하다. 사진 한번 찍겠다는 말에 “다 늙은 할무이 찍어가서 엇따 써” 하시더니만 금세 거울 앞에 서서 머리 모양새를 다듬는 모습은 여전히 소녀 같다. 여든을 넘긴 할머니의 봄맞이 풍경은 여유롭다. 하루 종일 농사와 씨름하느라 남들이야 꽃놀이를 가건 어쩌건 신경 쓸 겨를도 없던 젊은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손자의 손자까지 본 할머니에게 봄은 참으로 느긋하다. 봄볕이 따사롭게 올라오니 소쿠리 하나를 옆에 끼고 논둑으로 간다. 쑥이며 달래며 이제 막 올라온 봄나물을 캐내며 마을 사람들과 ‘노나 먹을’ 찬을 마련한다.
“아직까지 군불 때는 집은 여밖에 없을 거시여”
시골이라고 해서 아궁이에 밥 지어 먹는 집은 이제 거의 없다. 마른 가지 주어다 방바닥 데우고 나물 데쳐 먹는 집은 이 동네에서도 딱 둘뿐이라며 부끄러운 듯 부엌을 보여준다. 손님이 올 줄 알았으면 좀 치워 두는 건데 하시며 바지런을 떠는 할머니도, 오랜 세월 할머니와 함께한 흔적을 보여주듯 부엌 여기저기에 낀 그을음도 정겹게만 느껴진다.
전라도 구례군 용전리식 봄 상 차리기
전라도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생활해온 방진숙 할머니는 손끝 하나하나에 전라도 손맛이 오롯이 배어 있다. 인심이 후하다 못해 넘쳐 음식 하나에도 양념을 아낌없이 털어버리니 심심한 음식보다 맵고 짠 게 확실한 것들이 대부분. 예로부터 기후가 따뜻해 음식이 변질되는 것을 막는 데 신경을 써왔기 때문에 나물 역시 된장, 고추장에 버무리거나 삭힌 음식이 많다. 육지지만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인 벌교가 가까이에 있어 꼬막이며 굴이며 해산물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어 겉절이를 하든 국을 끓이든 해산물을 함께 넣고 만드는 음식도 많다.
▷ 가오리 미나리 무침
* 열량: 110kcal * 조리시간: 30분
* 난이도: 중 * 가격대: 1만원 이하
* 재료: 가오리(손바닥만한 크기) 1마리 미나리 ⅓단, 다진 마늘 ½큰술, 대파 ¼대, 깨소금 조금, 막걸리 ½병, 초고추장(고추장 2큰술, 식초 1큰술, 다진 생강 ½큰술 , 설탕 ½큰술)
* 조리법
1. 가오리는 껍질을 벗겨 얇게 썰어서 막걸리를 넣고 버무려 30분 정도 담가둔 다음 꼭 짠다.
2. 미나리는 다듬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찬물에 헹궈서 물기를 제거해 4cm 길이로 썬다.
3. 볼에 물기를 제거한 가오리, 데친 미나리, 마늘, 대파, 초고추장을 넣고 잘 버무려 깨소금을 뿌려 낸다.
▷ 냉이국
* 열량: 150kcal * 조리시간: 30분
* 난이도: 중 * 가격대: 1만원 이하
* 재료: 냉이 300g , 된장 2큰술, 마른새우 ½컵, 다진 마늘 ½큰술, 들깨가루 2큰술, 물 7컵, 소금 적당량
* 조리법
1. 냉이는 다듬어 깨끗하게 씻은 다음 3cm 크기로 썰어서 된장에 버무린다.
2. 마른새우로 국물을 내어 들깨가루, 다진 마늘과 1의 냉이를 넣고 끓인다. 기호에 따라 소금으로 간을 한다.
▷ 쑥구재미 무침 * 열량: 50kcal * 조리시간: 30분
* 난이도: 중 * 가격대: 1만원 이하
* 재료: 쑥구재미 250g , 간장 1큰술, 참기름 ⅓작은술, 다진 마늘 ½큰술, 후춧가루 ⅓작은술, 소금 약간
* 조리법
1. 쑥구재미는 겉잎 등을 다듬어 끓는 물에 넣고 살짝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물기를 제거한다.
2. 볼에 간장, 다진 마늘, 참기름, 후춧가루를 넣어 잘 섞은 뒤 데친 쑥구재미를 넣어 덩어리지지 않도록 버무린다. 기호에 따라 소금으로 간을 한다.
▷ 더덕회 무침 * 열량: 150kcal * 조리시간: 30분
* 난이도: 중 * 가격대: 1만원 이하
* 재료: 더덕 7개 , 깨소금 약간, 초고추장(고추장 2큰술, 다진 마늘 ½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식초 2큰술, 설탕 1큰술)
* 조리법
1. 더덕은 껍질을 벗겨 포를 떠서 5~6cm 정도의 먹기 좋은 크기로 썰거나 찢어서 준비한다.
2. 분량의 초고추장을 만들어 1의 더덕과 같이 버무리고 깨소금을 뿌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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